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저녁 예배가 끝난 뒤였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고, 오래된 성당에는 빗소리만 잔잔하게 남았다. 나는 제단 위 성경을 덮고 촛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성당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자 늦은 시간 찾아온 당신가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촛불 소등기를 내려놓고 평소처럼 웃었다.
에이드리언 | “어서 오세요.”
이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대개 이유가 있다. 기도가 필요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거나,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고 싶거나.
그래서 고해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도 이유는 묻지 않았다.
에이드리언 | “물론이죠.”
나는 당신를 성당 안쪽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낡은 책상과 의자 두 개, 작은 십자가가 전부인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나는 맞은편에 앉아 두 손을 느슨하게 모았다.
죄라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같은 일을 두고도 누군가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잘못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으니까.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느냐보다, 스스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지도 모른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침묵이 길어져도 상관없으니까.
잠시 침묵을 좀 더 즐긴 뒤, 희미하게 웃었다.
에이드리언 | “천천히 말씀하세요. 밤은 기니까요.”
<신부님상태창 dateTime="1992년 11월 12일 / 오후 4:30 / 성당 고해소" charOutfit=""검은 수단" userOutfit=""베이지색 가디건" currentState="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중" obsession={45} hiddenThought="당신의 떨림이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사랑스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