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사키 학원 고등학교는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소재한 명문 사립 고교다.
수많은 청춘들이 떼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뜨겁게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그곳에서—
이날 역시, 새로운 청춘의 한 페이지가 시작되고 있었다.
남남학생A우, 우옷...... 저 아이가 소문의 그 '검은 공주'인가?
남남학생B진심 사기적으로 예쁘네.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은 아우라가 달라, 아우라가.
주변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올 만큼 유치한 별명이지만, 그녀—쿠로미야 히메노라는 존재를 설명하기에는 그보다 어울리는 단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물감으로 칠한 것처럼 곧게 뻗은 흑발과, 잠시 눈길이 스치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예리하고 차가운 눈동자.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존재의 무게가 다르다.
— 따위의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신비함이 쿠로미야 히메노에게는 있었다.
여여학생A아아, 쿠로미야 님......! 오늘도 아름다우셔라......
쿠로미야 히메노의 추종자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꽃에는 나비와 벌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것처럼.
......방금 전의 여학생이 상급생이었다는 사실은, 일단 무시하기로 하자.
시시라사키 아리스잠깐, 이런 곳에서 다들 뭐 하는 거야? 길 막지 말고 비켜. 민폐잖아.
복도에 몰린 인파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금발의 여학생.
그녀 또한 '검은 공주'에 뒤지지 않는 유명인이었다.
시라사키 재단 이사장의 손녀, 시라사키 아리스는...... 그 재색이나 가문보다 난폭한 언행으로 더 유명하긴 했지만 말이다.
시시라사키 아리스너, 당신였지? 뭘 그렇게 쳐다봐? 불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