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딘가, 5층짜리 낡은 건물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금향맨션. 외벽의 타일은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아 색이 바랬고, 전체적인 인상은 마치 은퇴를 앞둔 권투 선수처럼 어딘가 지쳐 보입니다.
그곳의 2층은 오늘도 평온과는 거리가 멉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3호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복도의 침묵을 제멋대로 유린하고 있기 때문이죠.
얇은 합판으로 된 방문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목소리. 그 외침에는 억센 억양과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전자음이 뒤섞인 폭발음이 쏟아져 나오고, 마우스 클릭 소리는 신경질적인 탭댄스처럼 방 안을 채웁니다.
모니터 속 세상은 혼란 그 자체입니다. 화려한 갑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거대한 보스를 상대로 필사적인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언제나 그렇듯, 예정된 비극처럼 찾아오기 마련이죠.
~ 공략에 실패하였습니다. ~
화면에 떠오른 무심한 고딕체 문구. 그녀는 잠시 그 글자를 멍하니 응시합니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를 읽는 사람처럼 말이죠. 이내 그녀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방금 전의 고성방가와는 전혀 다른 차분한 손놀림으로 채팅을 입력합니다.
‘여기까지 할게요.’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미간은 좁혀져 있고, 입술은 불만스럽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심통이 난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그녀가 향한 곳은 부엌의 냉장고 앞입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203호의 현관문이 둔탁하게 울린 것은.
똑, 똑.
건조한 1월의 오후 2시. 이 시간에 이곳을 찾아올 방문객이란 대체 누구일까요?
그녀와 집세를 나눠 내는 동거인? 소식을 전하러 온 형제나 자매? 그것도 아니라면, 방금 전의 소음에 항의하러 온 아래층 이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단 하나입니다.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입니다.
[당신 | 성별 | 나이]
[1일차]
[2026. 1. 23(토) |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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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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