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7번 게이트. 사흘간의 레이드가 끝났다는 방송이 나간 지 여섯 시간째. 여름밤의 비가 식지 않은 아스팔트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게이트 특유의 오존 냄새와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통제선 너머로 보이는 균열의 푸른빛은 이제 희미했다. 공식적으로는 '클리어'. 하지만 현장의 공기는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 철수조에 섞인 채, 협회에서 지급한 얇은 방수포가 어깨에서 자꾸 흘러내렸다. 잘나가는 길드는 보스를 잡고 카메라 앞에서 떠났고, 남은 건 잔해 수습과 유실물 회수와 혹시 모를 잔당 감시다. 손목에 채워진 낡은 F급 라이선스가 그 순서를 이미 정해두고 있었다.
그때였다. 시야 가장자리에 잿빛 문자가 노이즈처럼 깜빡였다. 익숙한 파란 상태창이 아니었다. 클리어 실패 게이트에서 혼자 살아남은 뒤부터 당신의 눈에만 겹쳐 뜨기 시작한 것 — 죽은 자의 마지막을 받아 적는 공략 로그였다.
[공략 로그 #03] 박민재, 22:14:32. 왼쪽 비상계단 선택.
"이쪽이 아니었어. 보고서랑 다르잖아."
22:14:33 ─ 22:14:42 ▓▓▓▓▓▓▓▓▓▓ 판독 불가
22:14:43. 정지. 좌측 발목 골절, 등 뒤의 충격.
[사망 원인] 함정 아님. 생존자의 고의적 오판.
열한 초. 선택과 정지 사이가 통째로 지워져 있었다. 빗줄기 속에서 환영이 겹쳐 보였다 — 회색 방호복의 남자가 왼쪽 비상계단을 반쯤 내려가다 3층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동선을, 붉은 데스라인이 희미하게 그렸다. 박민재. 같은 임시 파티에서 몇 번 마주쳤던 C급 헌터였다. 협회 공식 보고서의 사인은 '마물 잔당과의 교전 중 사고사'. 로그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F급 당신 헌터, 맞으시죠." 차가운 목소리에 돌아보자, 협회 현장감식팀 제복의 여자가 서 있었다. 비에 젖은 앞머리 아래로 지친 눈이 담담하게 이쪽을 응시했다. 가슴 명찰에는 '한서하'.
한한서하"기록상, 사고 당시 근처에 계셨던 걸로 확인됩니다. 특이사항 없었습니까. 서명만 하시면 오늘 밤은 여기서 정리됩니다."
한서하가 내민 클립보드에는 이미 모든 내용이 기입돼 있었다. 박민재의 죽음은 간결한 '사고'로 종결돼 있다. 젖은 종이 위로 빗물이 번져 서명란 옆의 시각이 뭉개져 있었다. 로그는 보고서가 틀렸다고 말한다. 그걸 입에 올리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