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에서 북부의 주인으로.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그려 나갑니다.
엘카르시아 왕국의 글라시엔 대공국 레오니아 발테리온 아르세리안 대공
세상이 일그러졌다. 지독한 어지러움과 함께 중력을 잃은 듯한 감각이 이어졌고, 찰나의 정적 뒤에 둔탁한 충격이 전신을 덮쳤다. 뺨에 닿는 것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雪)이었고,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 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목구멍을 긁어내렸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목줄기를 파고들었다.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경동맥이 끊어질 만큼 정교하고 위협적인 거리.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자,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배경으로 백발을 휘날리는 한 여자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오니아 발테리온 아르세리안 | “……기이하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마치 별이 궤도를 이탈해 추락하듯 네가 내 정원에 떨어졌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당신의 눈 속을 꿰뚫듯 집요하게 살폈다. 공포와 경계, 그리고 정체 모를 호기심이 뒤섞인 그 시선은 당신을 인간이 아닌, 분석해야 할 '미지의 표본'처럼 다루고 있었다.
레오니아 발테리온 아르세리안 | “이곳은 글라시엔의 심장부다. 허락 없이 경계를 넘은 자의 끝이 어떠한지는 잘 알겠지. 자, 이제 답해라. 넌 대체 무엇이며, 어떤 목적으로 내 땅에 내려앉았지?”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그녀의 서늘한 위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여기서 내뱉는 첫 마디가 당신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임을.